EDITORIAL INTERVIEW #02, 20 NOVEMBER 2023
INTERVIEW : Kim Taeun
"도착은 끝이 아닌 시작, 모험가 김태언님의 이야기"
40년 가까운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고민하고 있는 엄마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딸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이 모녀를 '모험가'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사랑스러운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EDITORIAL INTERVIEW #02, 20 NOVEMBER 2023
INTERVIEW : Kim Taeun
"도착은 끝이 아닌 시작, 모험가 김태언님의 이야기"
40년 가까운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고민하고 있는 엄마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딸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이 모녀를 '모험가'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사랑스러운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내년 2월 퇴직을 앞둔 김태언님은 요즘 매주 주말 진주와 서울을 오가느라 바쁩니다. 서울에 있는 딸을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1년 반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걷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입니다.
밤에 특히 예쁜 창경궁, 딸과 함께 걸었던 한강공원, 쭉 뻗은 나무가 아름다운 하늘공원 등 서울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있다는 그녀는 등산 모임 총무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걷기를 좋아하는 김태언님은 뜻밖에도 ‘타고난 길치’였습니다. 걷다보면 무한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 생각들을 좇다보면 정작 가야할 길은 잃는. 그야말로 ‘타고난 모험가’죠.
"길을 걷는 건 좋아하는데 길치라서 누군가 길을 인도하지 않으면 길을 잘 잃어버려요. 다른 사람하고 같이 가면 길을 안보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거든요."
38년간 같은 학교에서 일하며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다른 길엔 관심도 없을 것 같았던 그녀는 그 누구의 추천이나 도움없이 직접 모임을 찾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길찾기 능력을 얻었죠. 엄마의 ‘길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딸은 이 과정이 놀랍습니다.
"(딸 이규란 씨의 증언) 엄마는 출퇴근길이랑 집에서 진주 시장 가는 길 말고는 잠시 나왔던 길도 뒤돌아서면 모르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서울에 혼자 다니시는 마술같은 일이 생긴거죠. 지하철도 혼자 타시고 최근에는 제가 있었던 싱가포르도 혼자 찾아오셨어요."
김태언님은 문학을 좋아하고 공부했지만 ‘교사’가 꿈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공석이 생기며 우연히 면접 기회가 찾아왔고, 단번에 합격해 25살에 교사 생활을 시작했죠.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일이었지만 꿈꾸지 않은 일을 심지어 타지에서 해야 하는 현실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일요일 저녁 6시 좀 넘어서 전화가 오더니 내일부터 출근하래요. 집은 진해인데 학교는 진주예요. 새벽에 차 타고 진주로 가서 첫출근을 했어요. 지금은 남녀공학이지만 그땐 1,500명의 남고생이 가득한 학교였죠."
"학교 생활에 대한 안내나 규정같은 걸 들으니까 감옥에 갇힌듯한 느낌이 들고 갑갑한거예요. 그래서 첫날에 교감 선생님께 너무 답답해서 좀 나가야겠다고 하고 조퇴를 해버렸어요."
물음표와 불안으로 시작한 교직 생활. 출근 첫 날 조퇴를 선언했던 당찬 신입 교사는 38년간 한결같이 학교로 가는 가파른 언덕길을 걸었습니다. 꾸준히 한 길만 갈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비결은 의외로 담백했습니다.
"처음에는 교사가 제 천직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 고등학생들에 대한 특별한 느낌도 없었고요. 그런데 한 10년쯤 지나니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느낌도 들었고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네요. 지금은 아이들도 자식같은 느낌이 들고 예뻐요. 어떨땐 어른들보다 더 이해심이 넓고요."
담담하게 몇 마디로 정리한 38년의 시간. 25살에 느닷없이 시작한 도전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던 것이 사이사이 생략된 비결 아닐까요. 파도에 맞서 후회하거나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가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향하던 그녀의 길은 이제 스스로를 향해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며 무용담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방콕에서 혼자 2시간 거리의 지방 도시로 가는 버스 투어를 갔어요. 그런데 방콕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놓친거예요. 헤매는 중에 폭우도 쏟아지고요. 마음이 급해서 버스 정류장을 물어 물어 찾아갔어요.
버스 기사 한테 상황 설명을 했더니 자기 버스를 타래요. 그렇게 다시 2시간을 달려서 방콕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거기서 그랩으로 바이크를 불러서 호텔로 돌아왔죠."
글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모임 후기를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그녀의 필력에 다들 깜짝 놀랐다구요. 아직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는 것이 어색하지만 조금씩 더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 이런 생각은 했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쓴 적은 없어요. 앞으로 한 번 써보려고요.
글에는 내 생각, 가치관, 비전 모든 게 다 녹아있는 거라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부끄럽긴하지만 좀 뻔뻔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김태언 님은 38년 전 그때처럼 10년 뒤를 짐작할 수 없는 순간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물음표와 불안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길었던 하나의 모험이 끝났을 뿐입니다. 푸릇푸릇한 하이커이자 작가 김태언님. 그녀가 써내려 갈 다음 모험기가 궁금해집니다.
내년 2월 퇴직을 앞둔 김태언님은 요즘 매주 주말 진주와 서울을 오가느라 바쁩니다. 서울에 있는 딸을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1년 반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걷기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입니다. 밤에 특히 예쁜 창경궁, 딸과 함께 걸었던 한강공원, 쭉 뻗은 나무가 아름다운 하늘공원 등 서울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있다는 그녀는 등산 모임 총무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걷기를 좋아하는 김태언님은 뜻밖에도 ‘타고난 길치’였습니다. 걷다보면 무한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 생각들을 좇다보면 정작 가야할 길은 잃는. 그야말로 ‘타고난 모험가’죠.
"길을 걷는 건 좋아하는데 길치라서 누군가 길을 인도하지 않으면 길을 잘 잃어버려요. 다른 사람하고 같이 가면 길을 안보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거든요."
38년간 같은 학교에서 일하며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다른 길엔 관심도 없을 것 같았던 그녀는 그 누구의 추천이나 도움없이 직접 모임을 찾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길찾기 능력을 얻었죠. 엄마의 ‘길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딸은 이 과정이 놀랍습니다.
"(딸 이규란 씨의 증언) 엄마는 출퇴근길이랑 집에서 진주 시장 가는 길 말고는 잠시 나왔던 길도 뒤돌아서면 모르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서울에 혼자 다니시는 마술같은 일이 생긴거죠. 지하철도 혼자 타시고 최근에는 제가 있었던 싱가포르도 혼자 찾아오셨어요."
김태언님은 문학을 좋아하고 공부했지만 ‘교사’가 꿈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공석이 생기며 우연히 면접 기회가 찾아왔고, 단번에 합격해 25살에 교사 생활을 시작했죠.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일이었지만 꿈꾸지 않은 일을 심지어 타지에서 해야 하는 현실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일요일 저녁 6시 좀 넘어서 전화가 오더니 내일부터 출근하래요. 집은 진해인데 학교는 진주예요. 새벽에 차 타고 진주로 가서 첫출근을 했어요. 지금은 남녀공학이지만 그땐 1,500명의 남고생이 가득한 학교였죠."
"학교 생활에 대한 안내나 규정같은 걸 들으니까 감옥에 갇힌듯한 느낌이 들고 갑갑한거예요. 그래서 첫날에 교감 선생님께 너무 답답해서 좀 나가야겠다고 하고 조퇴를 해버렸어요."
물음표와 불안으로 시작한 교직 생활. 출근 첫 날 조퇴를 선언했던 당찬 신입 교사는 38년간 한결같이 학교로 가는 가파른 언덕길을 걸었습니다. 꾸준히 한 길만 갈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비결은 의외로 담백했습니다.
"처음에는 교사가 제 천직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 고등학생들에 대한 특별한 느낌도 없었고요. 그런데 한 10년쯤 지나니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느낌도 들었고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네요. 지금은 아이들도 자식같은 느낌이 들고 예뻐요. 어떨땐 어른들보다 더 이해심이 넓고요."
담담하게 몇 마디로 정리한 38년의 시간. 25살에 느닷없이 시작한 도전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던 것이 사이사이 생략된 비결 아닐까요. 파도에 맞서 후회하거나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가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향하던 그녀의 길은 이제 스스로를 향해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며 무용담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방콕에서 혼자 2시간 거리의 지방 도시로 가는 버스 투어를 갔어요. 그런데 방콕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놓친거예요. 헤매는 중에 폭우도 쏟아지고요. 마음이 급해서 버스 정류장을 물어 물어 찾아갔어요. 버스 기사 한테 상황 설명을 했더니 자기 버스를 타래요. 그렇게 다시 2시간을 달려서 방콕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거기서 그랩으로 바이크를 불러서 호텔로 돌아왔죠."
글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모임 후기를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그녀의 필력에 다들 깜짝 놀랐다구요. 아직 다른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는 것이 어색하지만 조금씩 더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 이런 생각은 했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쓴 적은 없어요. 앞으로 한 번 써보려고요. 글에는 내 생각, 가치관, 비전 모든 게 다 녹아있는 거라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부끄럽긴하지만 좀 뻔뻔해질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김태언 님은 38년 전 그때처럼 10년 뒤를 짐작할 수 없는 순간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물음표와 불안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길었던 하나의 모험이 끝났을 뿐입니다. 푸릇푸릇한 하이커이자 작가 김태언님. 그녀가 써내려 갈 다음 모험기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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